얼룩소 비우고 ‘저지소’ 채우는 낙농가, 결실 맺으려면
-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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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국내 낙농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홀스타인 대신 연갈색 저지 품종을 선택하는 농가가 경기 지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추진 중인 ‘저지전용 목장 지원사업’이 본격화되면서다. 저지는 차세대 저탄소 낙농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홀스타인 중심의 유대 체계와 쿼터제는 현장 농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품종 전환으로 낙농 한계 돌파 노력
지난달 26일 찾은 ‘송영신목장’은 올해 경기도 저지전용 목장 2호로 선정됐다. 지난해까지 15년간 홀스타인 약 400마리를 사육했으나, 올해 초 이를 전면 전환해 현재는 저지 35마리를 기르고 있다.
해당 농가가 품종 전환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와 소비 부진이다. 사료비는 2배 가까이 폭등했으나 원유 가격(유대)은 최근 3년간 동결되며 농가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또 국내 낙농 시장에서 치즈, 버터 등 유가공품 소비는 늘어나는 반면,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국산 우유의 70% 정도가 음용유로 소비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지가 유가공품 생산에 적합하고, 홀스타인에 비해 메탄가스, 분뇨 배출량이 적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저지 보급을 권장해왔다. 국립축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저지는 홀스타인에 비해 체격이 70~75% 수준으로 작아 사료 섭취량이 적고, 분뇨량과 메탄 배출량을 30~35% 정도 줄여준다. 반면 우유 1kg당 사료 에너지 전환 효율은 15% 이상 높아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뛰어난 셈이다.
송영신목장을 운영하는 하현제 농가주 역시 “저지로 전환 후 사료와 분뇨량 모두 30% 정도 절감되는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도축산진흥센터는 연간 약 3억원의 예산을 수립해 지난해부터 저지전용 목장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선정된 목장에는 △유대 리터당 359원 △성감별 정액 및 수정란 보급 △농가 보유 육성우와 센터 착유우 1:1 맞교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권장은 하지만 지원은 없어
그러나 현장 농가들이 저지를 기르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현행 낙농 유대 체계는 오직 원유량으로만 가격을 매기는 구조다. 저지는 홀스타인보다 우유 생산량이 30%가량 적기 때문에, 성분이 우수해도 현행 정산 방식대로 납유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쿼터제’에 따라 쿼터 외 잔여 물량은 리터당 100원에 수거해 가는 구조여서, 다품종 저탄소 우유 시장의 안착을 위한 ‘별도의 쿼터 분리’나 ‘성분 중심 가격 산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송영신목장은 올해 3월 수억원을 전액 자부담해 자체 유가공 공장을 짓고 직접 유통·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관련 법상 농가가 유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우유를 판매하려면 반드시 원유를 살균·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축산물가공업(유가공업)’ 허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 농가가 막대한 초기 시설 투자 비용 부담을 안은 채 즉각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현제 농가주는 “이번 경기도 지원사업이 저지 목장 전환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정부가 저지 육성을 권장하려면 ‘소규모 유가공 공장 설립 보조사업’처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농가가 유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동적인 원유 납품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생산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농가의 자구책 마련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지훈 경기도축산진흥센터 낙농자원팀 주무관은 “저지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농가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일시에 품종을 바꾸기 어려운 소규모 농가들을 위해 전환기 사양 관리 기술 지원과 예산 확보에 힘쓰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유대 체계 개편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를 지속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